FOSEP 논평 및 보도자료

[논평] 안전한 노동을 위한 알권리를 제한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반대한다

fosep 2022. 3. 29. 22:26

유해물질사용 노동자의 알권리 보장은 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투쟁의 소중한 성과

공공을위한과학기술인포럼’(FOSEP)20217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반도체 산업 규제 완화를 반대한다라는 논평을 발표했었다.

FOSEP은 논평에서 지난 기간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와 가족, 반올림 등 시민단체의 끈질긴 싸움의 소중한 성과에 대해 살펴보았다. 삼성전자는 황유미님 등 반도체 직업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들에게 사과했고, 직업병 지원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예방을 위한 노력도 하게 되었다. 그간 반도체 노동자의 업무와 직업병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의 산재 신청이 좌절되었으나, 2017년 대법원은 첨단산업 분야 직업병의 경우 발병원인과의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명확히 입증되지 않더라도 산재를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다. 이후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이 반도체 노동자의 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한 판결은 증가했고, 대상 사업장과 질병도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유해물질을 다루는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도 개선되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유해화학물질을 직접 다루는 노동자를 보호하고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작업 전에 노동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내용(65)이 반영되었다. 또한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의 자료 공개 요구에 은폐로 대응한 삼성전자의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영업비밀을 이유로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비공개 할 때 고용노동부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112),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화학물질은 기업의 비공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112) 등도 반영되었다.

반도체 직업병을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여전히 존재하며, 직업병 피해자가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입증해야 하는 문제점이 남아있는 등 아직 싸워야 할 과제도 많지만, 반도체 직업병 투쟁을 통해 반도체 산업, 나아가 유해물질을 다루는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법·제도가 조금씩 개선되었다는 소중한 성과를 얻은 것이다.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알권리를 제한하는 산업기술보호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

하지만 FOSEP은 논평에서 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투쟁의 소중한 성과 중 하나인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알권리를 보장하는 법제도 내용을 무력화하는 정부와 여당의 우려되는 움직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정부와 여당이 20203월 개정하여 20214월부터 시행 중인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기술의 유출방지 및 부정한 유출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반영되었다. ‘국가핵심기술에는 반도체, 자동차, 철강, 원자력 등 12개 산업의 62가지 기술이 포함된다. 문제는 개정된 이 법이 담고 있는 국가핵심기술의 정보 비공개조항(9조의2)을 유해물질을 다루는 기업이 작업환경 문제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 법은 공익적 목적으로 공장의 작업환경 문제를 알리는 행위도 처벌과 손해배상 대상이 되도록 한다(148, 15, 22조의2).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따르면, 여전히 직업병 피해자가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입증해야 한다. 직업병 피해자는 사업장과 병원을 찾아다니며 산재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구해야만 한다. 피해를 입증할 핵심 자료는 노동자가 어떤 유해물질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보여주는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그러나 산업기술보호법개정으로 직업병 피해 노동자가 이 정보를 얻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사업자에게 자료제출을 강제할 수 없을뿐더러, 산업기술보호법국가핵심기술의 정보 비공개조항에 따르면 사업자는 국가핵심기술과 관련한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비공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기술보호법이 개정 당시 삼성보호법혹은 반올림방지법으로 비판받았던 이유이다.

202223일 제정되었고, 84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포함한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선정되면, 자동으로 국가핵심기술이 되기 때문이다(117). 따라서 국가첨단전략산업법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라면 은폐할 수 있도록 한 산업기술보호법의 악영향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심지어 국가첨단기술이라는 명목으로 은폐할 수 있는 기술 범위를 더 넓히는 등 악영향을 더 확대한 문제가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정부

산업기술보호법의 시행 이후 이 법의 악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직업병 피해자들은 화학물질명, 사용량, 사용용도, 측정한 위치 등 핵심정보들이 가려진 작업환경보고서를 받기 시작했고, 직업병 판정에서 중요한 자료인 역학조사보고서도 곳곳이 가져진 채 받았다고 한다. 유해물질을 다루는 기업들이 노동자의 알권리를 합법적으로 은폐하는 수단으로 국가첨단전략기술또는 국가핵심기술이라는 명분을 악용할 것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아울러 직업병 피해자와 가족, 반올림 등 시민단체, 양심적인 의사와 과학자 등이 유해물질의 위험을 알리는 활동을 제약하는 데도 악용할 것임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잘못된 법은 고쳐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과반 이상 국회의석을 가진 여당 민주당은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제정한 잘못의 일차적 책임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안전에 대한 궁극의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산업기술보호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등의 제정과 시행은 정부가 노동자의 안전보다 산업경쟁력강화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원인 제공자로서 정부와 여당은 이 법을 폐지하거나, 적어도 노동자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은 개정해야 한다.

한편,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가 지난 2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산업기술보호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개정할 의사가 있는지를 공개질의 한 바 있다. 20대 대통령 윤석열 당선자 측은 이에 대해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정부라는 점을 오직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한 윤석열 당선자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여전히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노동자 사망사고가 지속되는 현실에서, 산업안전보건법등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하고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기업 요구에 따라 이들 법률이 제한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노동자가 건강해야 기업도 발전하고 산업경쟁력도 확보될 수 있다. 유해물질사용 노동자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산업기술보호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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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을위한과학기술인포럼(FOS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