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일,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규명위)가 긴급 임시회의를 열고 천안함 침몰 사건 원인을 재조사해달라는 진정에 대해 각하결정을 내렸다. 규명위는 작년 12월 천안함 재조사 개시를 결정했는데, 이러한 사실이 3월 말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긴급회의를 열어 재조사 개시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규명위에 천안함 재소사 진정서를 제출한 사람은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 조사위원으로, 규명위는 “진정인이 천안함 사고를 목격했거나 목격한 사람에게 그 사실을 직접 전해들은 자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신 전 조사위원의 진정인 자격조건을 문제 삼아 재조사 개시 결정을 철회하였다.
적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초계함인 천안함은 지난 2010년 3월 26일, 대한민국 백령도 남서쪽 약 1km 지점에서 훈련 도중 선체가 반파되며 침몰하였다. 탑승 장병 중 58명은 구조되었으나, 안타깝게도 46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침몰 원인에 대해 국내 및 해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합조단을 꾸려 조사한 끝에 ‘북한 잠수함이 발사한 어뢰의 비접촉 수중폭발이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결정적 증거물로 서해 바다에서 건져 올린 어뢰의 추진동력부인 프로펠러를 포함한 추진모터와 조종장치 등을 제시했다. 어뢰 추진부 뒷부분 안쪽에 ‘1번’이라는 한글표기가 되어 있어 ‘북한의 어뢰’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신상철 전 조사위원은 천안함 침몰 사건 초반부터 합조단이 제시한 ‘어뢰에 의한 폭발설’을 강하게 부정하고, 좌초와 충돌로 인한 침몰이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였다. 신 전 조사위원은 자신의 주장과 그 근거를 인터넷 매체에 게시하였는데, 검찰은 2010년 이러한 글이 당시 국방장관과 해군참모총장 등 정부와 군 관계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신 전 조사위원을 기소하였다. 2016년 1월 1심 재판부는 34개 기소항목 중 32항목은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2개 항목 즉, ‘고의 구조 지연’과 ‘고의 증거 인멸’을 주장한 두 건의 ‘게시 글’은 비방목적이 인정된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지난 2020년 10월 항소심(2심) 재판부는 공적 관심 사안인 천안함의 침몰원인과 관련하여 신 전 조사위원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 것은 “그 진실을 밝힌다는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정부 발표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 그 자체로 국방부장관, 합조단 위원 개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킨다고 보기 어렵고,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히며 신상철 전 조사위원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한 상황이다.
다수 언론들은 이번 규명위의 천안함 재조사 개시 결정, 그리고 뒤이은 각하 결정에 대해 당시 합조단이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한 것’으로 결론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허위 주장으로 사회적 논란을 만들었다는 요지로 비판하였다. 공식 기구에 의해 일단락된 사안이기 때문에, 어떠한 문제 제기도 바람직하지 않고, 재조사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인한 수중 비접촉폭발로 침몰하였다’는 합조단의 최종결론과 그 근거에 대해서는 여전히 과학적 의문과 논쟁이 있는 상황이다. ‘수중 비접촉폭발’이라는 합조단 최종결론을 인정한 신 전 조사위원 명예훼손 관련 항소심(2심) 재판부조차 “합조단의 분석결과 중 흡착물질, 스크루 휨 현상에 대한 부분은 과학적 사실로 그대로 채택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합조단은 어뢰 추진체에서 발견된 하얀색의 흡착물질이 ‘비결정성 알루미늄산화물’로 이는 폭발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과학적 사실로 채택하지 않았다. 같은 시료를 전달받아 분석한 국내 및 해외의 다른 연구자들은 하얀색 흡착물질을 상온 또는 저온에서 생성되는 수산화물로 분석하였고 따라서 폭발과 무관하다는 결론을 제시하였다. 흰색 흡착물질이 폭발에 의한 생성물이라는 합조단 주장과 달리, 수산화물이라는 분석결과는 흡착물질이 바닷물에 의해 오랫동안 부식된 결과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흰색 흡착물질의 정체에 대해서는 과학적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합조단 등은 천안함 함미 우측 스크루가 폭발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형태인 S자로 휘어진 원인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통해 회전하는 프로펠러가 급정지 할 경우 관성에 의해 그와 같이 휘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이 또한 재판부는 과학적 사실로 채택하지 않았다. 합조단이 제시한 시뮬레이션에서 프로펠러가 회전한 방향은 실제 천안함 프로펠러가 회전한 방향과 반대로 합조단 주장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다. 합조단 주장과는 달리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프로펠러가 바위나 모래바닥과 같은 뭔가 딱딱한 물질에 부딪히며 휘어졌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는 등 천안함 함미 우측 스크루 휨 현상에 대해서도 과학적 논쟁의 여지가 있다.
신 전 조사위원 명예훼손 관련 항소심(2심) 재판부가 언급한 것처럼 천안함 침몰 사건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사안으로, 따라서 사고 원인과 그 조사과정, 군과 정부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는 당연히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영역이다. 공적인 관심 사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될 수 있으며, 그 의견이 정부의 공식 입장과 다르더라도 공론의 장에서 과학적 분석 등을 통해 검증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토론의 규제는 헌법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해서는 어뢰 흡착물질과 스크류 휨현상 등에 대한 과학적 논쟁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고, 과학적 조사가 추가될 필요도 있다. 이번 ‘천안함 침몰원인 재조사’ 진정에 대해 다수의 언론이 어떠한 문제 제기도 재조사도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취한 것은,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과학적 논쟁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단지 진정인의 자격을 문제 삼아 천안함 침몰원인 재조사 결정을 철회한 것은 비겁한 결정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공적인 사안으로, 침몰원인에 대한 과학적 논쟁이 있는 사안은 정부가 다시 재조사해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1년 4월 28일
공공을위한과학기술인포럼(FO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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