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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SEP 논평 및 보도자료

[논평] 배달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배달 플랫폼 기업과 정부의 대책을 촉구한다

by fosep 2021. 11. 3.

선릉역 오토바이 라이더는 우리의 모습이다. 어쩌면 그 배달을 내가 할 수도 있었다

플랫폼 간 속도 경쟁에 내몰린 우리는 언제나 손님에게 빠르게 음식을 갖다주고자 생존을 위해 도로 위를 달린다

평범한 가장이 왜 자기 생명을 갉아먹으며 급하게 달리는지, 왜 자동차 사이를 뚫고 횡단보도 앞에 서는지, 왜 신호와 휴대전화를 계속 번갈아가며 보는지 알아야 한다. 그 이유는 플랫폼 간 속도 경쟁 때문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배달노조)의 추모성명 )

 

지난 826일 선릉역 인근에서 40대 오토바이 배달 노동자가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이날 이후 사고 현장 인근에는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는 시민들과 배달 노동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고인과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배달 노동자들에게 고인의 죽음은 어쩌면 자신의 죽음이 될 수 있다는 두려운 현실이기도 하다.

불행히도 배달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이어졌다. 불과 며칠 뒤 30일에는 금천구에서 60대 배달 노동자가 차량에 치여 숨졌다. 배달 플랫폼 기업이 수조 원의 가치로 평가되고, 혁신의 상징인양 부각되는 화려한 이면에는 배달 노동자들의 비극적 죽음이 존재한다.

문제는 배달 노동자들을 위험한 운전으로 내모는 배달 플랫폼 산업의 구조에 있다.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빠른 배달서비스를 지향하며 시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한 배달 플랫폼 업체는 배달 수수료 단가(2500~3000)를 낮추기도 한다. 결국 배달 플랫폼이 주도하는 배달 속도 경쟁과 낮은 배달 단가는 배달 노동자로 하여금 비정상적으로 위험한 배달 운전을 강요한다.

배달 플랫폼 산업의 구조적 문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비대면 배달 증가, 그리고 실직이나 폐업 등으로 일자리를 잃고 배달 노동에 뛰어든 노동자의 신규 유입 증가가 맞물리면서 배달 노동자 사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및 언론보도에 의하면, 2020년 말 기준 전국 배달원 수는 39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000(11.8%) 늘었다. 또한 배민라이더스 기사들이 쓰는 어플리케이션 접속자수도 20207월 기준 15,000명에서 올해 20만 명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원에 의하면, 2020년 기준 배달 전문 오토바이의 사고율은 212.9%로 대당 연평균 2회 이상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이는 개인용 오토바이 사고율(14.5%)의 무려 15배에 달한다.

배달 노동자들의 사고에 대해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자신들은 가맹점과 배달 노동자들을 단순히 중개만 한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비겁한 모습이다. 배달 플랫폼 기업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이용해 배달 노동자들을 배치하고 보수를 정한다. 단순 중개가 아니라, 배달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사실상의 취업규칙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를 틈타 빠르게 성장한 플랫폼 기업이 진실로 수조 원의 가치로 평가받고자 한다면,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단지 을(배달 플랫폼 가맹점과 배달 노동자)의 희생 위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배달 플랫폼 기업은 배달 노동자의 안전을 담보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속도 경쟁과 낮은 배달 단가 등 배달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를 스스로 제거해야 한다.

배달 노동자 등 플랫폼 노동자는 현행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등이 담고 있는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정기 국회 일정인 오는 10월 말까지 배달 노동자 등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는 플랫폼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환영할 일이지만,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플랫폼종사자 보호법안을 보며 중대재해처벌법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20221월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은 책임자에 대한 명시가 불분명하고, 재해발생이 높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 적용을 3년이나 유예하였으며,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 적용을 하지 않는 등 법 취지가 상당히 훼손되었다. 플랫폼종사자 보호법안 역시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노동법 적용을 어렵게 만드는 플랫폼기업 책임면제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선릉역에서 숨진 배달 노동자는 올해 3월부터 배달 노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또한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 중 하나였다.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누군가의 가족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에 깊은 연민과 애도를 표하고 있다. 국회는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로 플랫폼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고, 정부는 플랫폼 기업을 규제함으로써 더 이상 이와 같은 사고와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고인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2021101

공공을위한과학기술인포럼(FOSEP)